천안삼성스마트신경과

AUTONOMIC CLINIC

뇌과민증후군

뇌과민증후군

“예민해서 그렇다는 말만 들었습니다”

두통이 있고, 어지럽고, 손발이 저리고, 귀에서 소리가 나고, 잠도 잘 안 옵니다. 증상은 여러 개인데 검사는 모두 정상입니다. 그래서 “예민해서 그렇다”, “신경 쓰지 마라”는 말을 듣고 돌아옵니다.

여러 증상이 동시에 나타나는 것 자체가 단서입니다. 각각 다른 병이 우연히 겹친 것이 아니라, 하나의 공통된 상태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몸이 아니라 해석하는 쪽에 있습니다

이 병을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문장입니다.

손발이 저린데 신경은 멀쩡하고, 귀에서 소리가 나는데 청력은 정상이고, 어지러운데 평형기관은 문제가 없습니다. 신호를 보내는 쪽(말초)에는 이상이 없는데, 그것을 받아 해석하는 쪽(뇌)이 과하게 반응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익숙한 비유가 있습니다. 배가 아프고 변이 고르지 않을 때 대장암 같은 구조의 병으로 생기는 경우보다, 과민성 장 증후군처럼 기능의 문제로 생기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뇌에서 오는 증상도 마찬가지입니다.

구조가 망가진 것이 아니라 처리 방식이 바뀐 것이라 MRI·CT에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검사가 정상인데 증상이 계속되는 이유입니다.

감각을 걸러 주는 문이 헐거워집니다

뇌에는 수많은 감각 신호가 쉴 새 없이 들어옵니다. 옷이 피부에 닿는 느낌, 주변 소음, 형광등 불빛 — 정상적인 뇌는 이 대부분을 걸러 의식에 올리지 않습니다.

뇌의 감각의 문 세 상태 — 정상은 문이 감각을 걸러 알맞게 느끼고, 경미한 과민에서는 문이 헐거워져 불필요한 신호까지 들어오며, 심한 과민에서는 문이 거의 내려앉아 아프지 않은 자극도 통증이 됩니다
왼쪽부터 정상 · 경미한 과민 · 심한 과민입니다. 문이 낮아질수록 더 작은 자극도 크게 느낍니다.

이 문이 헐거워지면 두 가지 일이 벌어집니다.

통각과민 — 같은 자극을 훨씬 크게 느낍니다. 50만큼의 통증을 100으로 느끼는 상태입니다.

이질통 — 원래 아프지 않은 자극까지 통증으로 느낍니다. 옷깃이 스치거나 살짝 닿는 정도에도 아픕니다.

같은 원리가 다른 감각에도 적용됩니다. 평형 감각이 증폭되면 어지럼, 청각이 증폭되면 이명, 피부 감각이 증폭되면 저림으로 나타납니다.

네 방향으로 증상이 갈라집니다

과민해진 뇌가 만드는 네 방향의 증상 — 감각 증폭, 얕은 잠, 뇌혈관 확장, 교감신경 항진

① 감각이 증폭됩니다

앞서 설명한 대로 몸의 통증·어지럼·이명·저림으로 나타납니다.

이때 어지럼의 성격이 특징적입니다. 이석증이나 메니에르병처럼 평형기관에 실제 문제가 있을 때는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 회전성 어지럼이 옵니다. 반면 뇌과민에서 오는 어지럼은 빙빙 돌지 않고 흔들리거나 붕 뜬 느낌입니다.

② 잠이 얕아집니다

불면증과 뇌과민은 이란성 쌍둥이 같은 관계입니다. 뿌리가 같아 함께 오고, 서로를 키웁니다.

못 자면 뇌가 더 예민해지고, 예민해지면 더 못 잡니다. 이 고리를 끊지 않으면 다른 증상도 잘 잡히지 않습니다.

③ 뇌혈관이 확장됩니다

머리 쪽 혈관이 확장되면서 두통이 오거나, 머리가 무겁고 맑지 않은 느낌(브레인 포그)이 남습니다. 반복되는 발작 형태로 오면 편두통의 모습을 띱니다.

여기에 더해 뒷목과 어깨 근육의 긴장이 올라가 근육통이 생깁니다. 이 때문에 근막통증증후군이나 긴장형두통으로만 진단받는 경우가 흔합니다. 근육을 아무리 풀어도 잘 낫지 않는다면 뇌 쪽을 함께 봐야 합니다.

④ 교감신경이 항진됩니다

네 번째 갈래는 자율신경 쪽입니다. 아래에서 따로 설명드리겠습니다.

교감신경도 함께 예민해집니다

뇌세포가 과민해지면 자율신경 중 교감신경 쪽이 항진됩니다. 그래서 아래 증상들이 함께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교감신경·말초신경 과민과 함께 오는 증상

  1. 눈꺼풀 떨림 — 아래 눈꺼풀이 자꾸 파르르 떨립니다
  2. 근육 경련 — 종아리에 쥐가 자주 납니다
  3. 미주신경성 실신 — 교감이 극단으로 치솟다 꺾이며 쓰러집니다
  4. 시림증 — 손발이 시리고 찬 느낌이 듭니다
  5. 두근거림·식은땀 — 가만히 있어도 심장이 뜁니다

이런 증상들이 두통·어지럼과 함께 나타난다면 따로따로 볼 것이 아니라 하나로 묶어 봐야 합니다.

편안한 자리에서도 교감신경이 켜져 있는 상태가 이렇게 만들어집니다. 자율신경실조증에서 가장 흔한 형태가 바로 이것이며, 두 이름은 같은 상태를 뇌 쪽에서 보느냐 자율신경 쪽에서 보느냐의 차이인 경우가 많습니다.

무엇이 뇌를 예민하게 만드나요

타고난 소인이 바탕에 있고, 거기에 방아쇠가 당겨지면 증상으로 드러납니다. 흔한 방아쇠는 네 가지입니다.

뇌 과민을 키우는 네 가지

  1. 신체적·정신적 스트레스
  2. 호르몬 변화 — 배란기, 월경 전후, 갱년기
  3. 수면장애 — 불면, 수면 부족, 수면무호흡, 하지불안증후군
  4. 카페인·음주·흡연

검사로 확인합니다

진단은 증상과 경과를 듣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뇌종양·뇌출혈 같은 구조 문제를 배제하기 위해 영상검사를 하기도 하지만, 병력이 전형적이면 생략하기도 합니다.

뇌과민 자체를 직접 진단하는 검사는 없습니다. 다만 상태를 객관적으로 보고 경과를 따라가는 데 도움이 되는 검사가 있습니다.

  • 정량뇌파 — 뇌세포의 과민한 정도를 봅니다. 과민해진 뇌에서는 빠른 파동인 고베타가 늘어납니다
  • 뇌혈류검사 — 뇌로 가는 혈류가 늘어 있는지 확인합니다
  • 자율신경검사 — 교감신경이 얼마나 항진되어 있는지 봅니다

저희 그룹의 연구에서 편두통 환자군과 PPPD 환자군 모두 고베타 활성이 정상군보다 유의하게 높았고, 치료로 증상이 좋아지면 함께 내려갔습니다.

즉 이 검사들은 “예민하다”는 말을 눈에 보이는 지표로 바꿔 줍니다. 다만 검사 하나로 확진되지는 않으며 문진·진찰과 함께 해석합니다.

치료 ① 방아쇠를 줄입니다

원리는 단순합니다. 뇌를 예민하게 만드는 것을 줄이면 됩니다. 다만 조절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있습니다.

카페인 — 가장 중요합니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커피를 마시면 두통이 좋아진다고 하시는 분이 계신데, 사실입니다. 카페인은 마신 직후 뇌혈관을 좁혀 두통을 잠시 덜어 줍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계속 마시면 장기적으로는 뇌 과민도를 더 올리고, 특히 몸 안의 카페인 농도가 떨어질 때 증상이 두드러집니다. 카페인이 든 두통약을 오래 드시면 약물과용두통으로 이어지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완전히 끊기 어렵다면 오전에 디카페인으로 한 잔 정도까지 줄여 보시기를 권합니다.

유산소 운동 — 적극 권합니다

운동은 편안할 때 작동하는 부교감신경의 기능을 올려 뇌 과민도를 낮춥니다.

다만 산책 정도로는 부족합니다. 약간 땀이 날 만큼 빠르게 걷거나 뛰는 강도가 증상 조절에 더 도움이 됩니다.

잠 — 반드시 함께 다룹니다

질 좋은 잠은 뇌의 과민도를 낮추는 가장 강력한 방법입니다. 수면 문제가 있다면 수면다원검사로 원인을 찾아 교정하는 것이 치료의 큰 축이 됩니다.

호르몬제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갱년기에 여성호르몬제를 드시면 좋아지는지 물으시는 분이 많습니다. 뇌과민은 호르몬 수치보다 그 변동에 영향을 받습니다. 밖에서 넣어 주는 호르몬은 부족한 양을 채울 수는 있어도 변동 자체를 없애지는 못해, 증상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치료 ② 약물

뇌세포의 흥분을 안정시키는 약이 중심입니다. 여기에 상태에 따라 세로토닌을 조절하는 약, 교감신경을 눌러 주는 약, 억제성 신호를 키우는 약을 더합니다.

한 가지를 많이 쓰기보다 여러 가지를 적은 용량으로 조합하는 편이 부작용이 적고 효과도 낫습니다.

증상이 여러 개라고 약을 여러 개 겹치는 것이 아닙니다. 공통된 뿌리를 다루는 방향으로 쓰고, 4~8주 간격으로 반응을 보며 조정합니다.

자주 받는 질문

“약을 찾아보니 항경련제, 우울증약, 심장약이라는데요” — 하나의 약이 한 가지 병에만 쓰이는 것은 아니고, 용량에 따라 효과도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자주 쓰는 약 중 하나는 원래 항경련제로 개발되었지만 뇌과민에는 그 절반 이하의 용량으로 씁니다. 처방해 드린 약은 개발 목적과 관계없이 모두 지금 증상을 조절하기 위한 것입니다.

“뇌혈류가 늘었다는데 혈관이 터지지는 않나요” — 그렇지 않습니다. 뇌혈류 증가는 가는 혈관이 늘어나 저항이 줄어든 결과입니다. 혈류가 줄면 뇌경색 같은 문제가 되지만, 늘어난 것은 구조적 위험과 관련이 없습니다.

“유전되나요” — 뇌과민증후군은 유전병이 아닙니다. 다만 과민한 소인을 나눠 갖거나 생활환경을 공유해 한 가족에서 비슷한 증상이 보이는 경우는 흔합니다.

“평생 먹어야 하나요” — 아닙니다. 방아쇠를 줄이고 치료하면 대부분 잘 조절되어 3~6개월 치료 후 중단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의존성이 생기는 약이 아닙니다.

“좋아졌는데 재발할 수도 있나요” — 기능의 문제이기 때문에 잘 지내다 다시 나빠지는 일이 흔합니다. 좋아진 뒤에도 잠·카페인·운동을 유지하는 것이 재발을 막는 방법입니다.

이런 경우 진료를 받아 보세요

다음에 해당한다면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1. 두통·어지럼·저림·이명 중 여러 개가 함께 있습니다
  2. 검사는 모두 정상인데 증상은 그대로입니다
  3. 빛·소리·냄새에 유독 예민해졌습니다
  4. 목·어깨를 아무리 풀어도 두통이 낫지 않습니다
  5. 잠이 부족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확실히 심해집니다

기억해 주셨으면 하는 것

증상이 여러 개라는 것은 꾀병의 증거가 아니라 공통 원인이 있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몸에 이상이 없다는 검사 결과와 증상이 진짜라는 사실은 서로 모순되지 않습니다. 문제가 해석하는 쪽에 있기 때문입니다.

진료에서는 증상들을 따로 보지 않고 하나의 그림으로 정리하고, 정량뇌파와 자율신경검사로 과민한 정도를 확인한 뒤, 방아쇠를 줄이는 일과 약물을 함께 계획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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