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삼성스마트신경과

DIZZINESS CLINIC

지속적 체위지각 어지럼증 (PPPD)

지속적 체위지각 어지럼증 (PPPD)

“이석증은 나았다는데, 왜 아직도 어지러울까요”

반년 전 이석증 진단을 받고 이석정복술로 깨끗이 치료했습니다. 그런데 그 뒤로 마트에 가면 선반이 흔들리는 것 같고, 엘리베이터를 타면 바닥이 밀리는 느낌이 온종일 이어집니다.

검사에서는 이상이 없고, 약을 먹어도 별 효과가 없습니다. 병원을 여러 곳 다녀 봤지만 원인을 모르겠다는 말만 듣습니다.

처음 어지럼증을 일으킨 병은 나았는데, 뇌가 아직 “위험하다”는 경계를 풀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를 지속적 체위지각 어지럼증(PPPD)이라고 합니다.

검사가 정상이라고 괜찮은 것이 아닙니다

MRI도, 혈액검사도, 청력검사도 정상입니다. 그런데 왜 어지러울까요.

구조에 손상이 있는 것이 아니라 뇌가 균형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컴퓨터로 치면 부품은 멀쩡한데 소프트웨어에 오류가 남은 상태에 가깝습니다.

꾀병도, 정신적인 문제도 아닙니다. 실제로 뇌의 기능이 변한 것이고, 최근에는 그 변화를 뇌파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여러 갈래가 흘러가 닿는 ‘종착지’

PPPD는 특정한 하나의 원인에서 시작되지 않습니다. 급성 어지럼증을 일으키는 어떤 병이든 촉발 사건이 될 수 있습니다.

PPPD가 생기는 네 단계 — 촉발 사건, 과잉 경계, 감각 재가중, 만성화
이석증·전정신경염·전정편두통·공황발작 등이 지나간 뒤에도 뇌의 경계가 꺼지지 않으면, 어느 길로 들어왔든 PPPD로 고착됩니다.

전정편두통은 PPPD의 대표적인 선행 요인이자 가장 흔한 동반 질환입니다. 두 질환이 함께 있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어떤 증상인가요

PPPD 진단은 다음 다섯 가지를 모두 만족할 때 내립니다

  1. 어지럼·불안정감이 3개월 이상 거의 매일, 하루 중 상당 시간 이어집니다
  2. 서 있거나 걸을 때 심해집니다
  3. 복잡한 시각 환경에서 심해집니다 — 마트 진열대, 무늬가 많은 바닥, 스크롤하는 화면
  4. 이전에 촉발 사건이 있었습니다 — 급성 어지럼증, 전정편두통, 공황발작 등
  5. 다른 질환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특히 세 번째가 특징적입니다. 가만히 누워 있으면 덜한데, 마트에만 가면 심해진다는 말씀을 자주 듣습니다.

정량뇌파로 본 PPPD

저희는 이 부분을 정량뇌파로 확인합니다. 감각을 걸러 주는 문이 헐거워져 사소한 흔들림에도 뇌가 과잉 반응하는 상태(중추 감작)에서는, 빠른 파동인 고베타(25~30Hz)가 크게 늘어납니다.

정량뇌파 뇌지도 비교 — 정상 대조군은 초록색이지만 치료 전 PPPD는 머리 전체가 붉게 나타납니다
정상 대조군 86명과 치료 전 PPPD 163명의 뇌지도입니다. 같은 검사에서 색이 이만큼 갈립니다.

고베타에서 기준을 넘는 전극의 수는 정상 2개, 전정편두통 7개, PPPD 16개로 뚜렷한 차이를 보였습니다.

좋아지면 뇌파도 내려옵니다

이 검사가 의미 있는 이유는 한 번 찍고 끝나는 값이 아니라는 점에 있습니다.

치료 전과 부분 호전의 정량뇌파 비교 — 붉던 뇌지도가 일부만 옅어졌습니다
증상이 일부만 나아진 분들의 뇌지도입니다. 좋아진 만큼만 색이 내려왔습니다.

좋아진 정도와 내려간 정도가 함께 움직입니다. 증상은 그대로인데 뇌파만 좋아지거나, 그 반대인 경우는 드뭅니다.

재발하면 다시 올라갑니다

이 병이 뇌파에 어떻게 새겨지는지 가장 잘 보여 주는 대목입니다.

치료 전, 많이 호전, 재발의 정량뇌파 비교 — 초록으로 내려왔던 뇌지도가 재발하면서 다시 붉어졌습니다
많이 좋아져 초록에 가까워졌던 뇌지도가, 재발하면서 다시 붉게 올라왔습니다.

많이 좋아진 분들에서는 기준을 넘는 전극이 17개에서 2.5개까지 줄었습니다. 그런데 재발하면 다시 13개로 올라갔습니다.

즉 뇌파가 타고난 기질이 아니라 지금의 병 상태를 따라 움직인다는 뜻입니다. 좋아지면 내려가고 나빠지면 올라가니, 지금 어느 상태인지를 확인하는 자료로 쓸 수 있습니다.

이 검사 하나로 확진되는 것은 아니며, 문진·진찰과 함께 해석합니다.

Kim SJ 외. High beta activity tracks disease state in persistent postural-perceptual dizziness: A longitudinal quantitative EEG study. Journal of Vestibular Research. doi:10.1177/09574271261471781

흔한 오해 세 가지

“검사가 다 정상인데 꾀병 아닌가요” — 뇌의 균형 처리 기능이 실제로 변한 질환입니다. 뇌영상과 뇌파 연구에서 그 변화가 확인됩니다.

“정신적인 문제 아닌가요” — 불안·우울이 함께 올 수 있지만, PPPD 자체는 정신질환이 아니라 전정 질환을 앓은 뒤 뇌의 보상 과정에서 생긴 문제입니다.

“약만 먹으면 되지 않나요” — 약이 기본이지만, 인지행동치료와 신중한 재활을 함께할 때 결과가 좋습니다.

치료 — 약이 기본, 재활은 살살

약물치료

한 가지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라 환자 상태에 맞춰 두 갈래로 접근합니다.

  • 우울·불안이 두드러질 때 — SSRI·SNRI 계열이 표준 1차 약물이며, 과도한 경계와 불안을 낮춥니다.
  • 뇌 과흥분(고베타)이 높을 때 — 편두통 예방약 계열에 더 잘 반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편두통 동반 여부와는 무관합니다.

표준 가이드라인은 SSRI를 1차로 제시하지만 대규모 임상시험 근거가 확립된 것은 아니어서, 우울 정도와 뇌파 양상을 함께 보고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재활 — 일반 전정재활과 다릅니다

PPPD 재활의 원칙 — 증상 문턱 아래에서 시작해 점진적으로, 회피도 과유발도 아닌 적정 강도

일반적인 전정재활은 반복 자극으로 뇌를 적응시키는 원리입니다. 그런데 PPPD의 뇌는 이미 과민한 상태라, 세게 유발하면 오히려 증상과 불안이 커지고 중도에 포기하게 됩니다.

그래서 증상이 나타나는 문턱보다 약하게 시작해 조금씩 늘립니다. 회피도, 과도한 유발도 아닌 적정 강도를 찾는 것이 핵심입니다. 약으로 과민성을 낮춘 뒤 병행하면 훨씬 견디기 쉬워집니다.

집에서 하는 기본 동작

PPPD 재활운동 세 가지 — 엄지에 시선을 고정하고 고개 돌리기, 발 모으고 서기, 걸으면서 고개 돌리기

① 시선 안정 — 엄지를 눈앞에 세우고 시선을 엄지에 고정한 채, 고개만 좌우로 천천히 돌립니다. 30초씩 세 번 정도로 시작합니다.

② 균형 서기 — 두 발을 모으고 섭니다. 익숙해지면 한 발을 앞에 놓고, 더 익숙해지면 눈을 감고 섭니다. 각 자세를 30초씩 유지합니다.

③ 보행 — 걸으면서 고개를 좌우로 돌립니다. 처음에는 벽 옆에서 하시고, 짧은 거리를 왕복하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강도의 기준은 “약간 어지러운 정도“입니다. 아무렇지 않으면 너무 쉬운 것이고, 하고 나서 한참 힘들면 너무 센 것입니다. 하루 못 했다고 문제될 것은 없지만, 매일 조금씩 하는 편이 몰아서 하는 것보다 낫습니다.

얼마나 걸리나요

짧게 끝나는 병이 아니라, 시간을 두고 관리하는 병에 가깝습니다. 대략 이런 흐름으로 진행됩니다.

  • 처음 한 달 — 약을 시작하고 몸에 맞는지 살핍니다. 아직 큰 변화는 느끼기 어렵습니다
  • 한두 달째 — 효과가 서서히 나타납니다. 이 무렵부터 재활을 함께합니다
  • 서너 달째 — 의미 있는 호전을 느끼는 분이 많습니다. 활동 범위를 넓혀 갑니다
  • 반년 이후 — 안정되면 약을 서서히 줄이는 것을 검토합니다

“금방 낫겠지” 하는 기대가 오히려 치료를 어렵게 만듭니다. 한두 주 만에 효과가 없다고 약을 끊고 다른 병원을 찾는 일이 반복되면, 어느 치료도 충분히 시도해 보지 못한 채 시간만 갑니다.

반대로 좋아졌다고 갑자기 약을 끊으면 재발할 수 있습니다. 감량은 반드시 상의해 결정합니다.

이런 경우 진료를 받아 보세요

다음에 해당한다면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1. 어지럼증이 3개월 넘게 거의 매일 이어집니다
  2. 이석증이나 전정신경염 치료를 받았는데 어지럼만 남았습니다
  3. 마트·지하철·스크롤 화면처럼 복잡한 환경에서 유독 심해집니다
  4. 누워 있을 때보다 서 있거나 걸을 때 심합니다
  5. 검사는 정상인데 약을 먹어도 나아지지 않습니다

기억해 주셨으면 하는 것

PPPD는 “검사가 정상”이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듣는 어지럼증입니다. 그래서 병원을 여러 곳 다니며 지치는 분이 많습니다.

그러나 이름이 붙은 진단이고, 진단 기준이 있고, 치료 방향도 정해져 있습니다. 진료에서는 촉발 사건과 악화 상황을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정량뇌파로 뇌의 과민한 정도를 함께 살펴본 뒤, 약물과 재활을 단계적으로 계획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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