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I는 정상이라는데 증상은 그대로입니다”
두통이나 어지럼으로 여러 병원을 다니며 MRI·CT를 찍었는데 이상이 없다는 말만 들으신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증상은 그대로입니다.
구조에 이상이 없다는 것과 기능에 문제가 없다는 것은 다릅니다. 뇌의 해부학적 구조를 찍는 것이 MRI라면, 정량뇌파는 뇌가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기능)를 보는 검사입니다.
정량뇌파란 무엇이며 원리가 무엇인가요
정량뇌파(quantitative EEG, QEEG)는 뇌에서 발생하는 전기 신호, 즉 ’뇌파’를 수치로 만들어 분석하는 방법입니다. 과정은 이렇습니다.
- 뇌파 측정 — 두피의 정해진 자리에 전극을 붙여 뇌의 전기 활동을 감지하고 컴퓨터로 보냅니다. 전극은 신호를 받기만 하므로 아프지 않고 뇌에 해를 주지 않습니다.
- 데이터 변환 — 받은 신호를 파동 형태의 그래프로 바꿉니다. 파동의 높이는 ‘진폭’, 반복되는 속도는 ’주파수’로 나타납니다.
- 수치 분석 — 이 진폭과 주파수를 수치로 만들어, 뇌의 어느 부위에서 어떤 파동이 얼마나 강하게 나타나는지 확인합니다.
- 결과 해석 — 특정 부위에서 특정 파동이 너무 많거나 적으면, 그 부위가 과하게 활동하거나 활동이 부족하다는 뜻일 수 있습니다.
뇌파를 나누는 방법 — 오케스트라에서 악기를 따로 듣기
뇌파를 정량화하는 대표적인 방법이 스펙트럴 분석입니다.
뇌파는 여러 주파수 성분이 얽혀 있는 복잡한 신호입니다. 오케스트라에서 여러 악기가 동시에 연주되어 하나의 음악을 이루는 것과 비슷합니다. 스펙트럴 분석은 이 복합 신호를 각각의 단일 신호로 분리합니다. 오케스트라에서 악기 하나하나의 소리를 따로 듣는 것과 같습니다.
이렇게 나눈 각 신호의 세기를 측정해 그림으로 나타낸 것을 ’스펙트럼’이라고 하며, 이를 통해 뇌의 어느 영역에서 어떤 주파수의 파동이 얼마나 강한지를 알 수 있습니다.
저희가 특히 눈여겨보는 것은 고베타라는 빠른 파동입니다. 뇌가 과도하게 각성되고 자극에 예민해진 상태에서 이 파동이 늘어납니다.
검사는 이렇게 진행합니다
검사 전에 알아 두시면 좋은 것
- 아프지 않습니다 — 전극은 전기를 흘리지 않고 뇌 신호를 받기만 합니다
- 20~30분 정도 걸립니다
- 편히 누워 눈을 감고 쉬시면 됩니다. 중간에 눈을 뜨고 감는 정도의 지시를 드립니다
- 검사 전날 머리를 감고 오시면 좋습니다. 정전기가 심한 제품은 피해 주십시오
- 검사 당일 커피는 피해 주십시오 — 뇌파에 영향을 줍니다
전극은 국제 표준 배치(10-20 체계)를 따라 머리 전체에 19개를 고르게 붙입니다. 앞·뒤·좌·우를 고르게 덮어야 어느 부위가 과민한지 비교할 수 있습니다.
결과는 뇌지도로 나옵니다
수치화된 결과는 머리를 위에서 본 뇌지도 형태로 나옵니다. 같은 나이대의 정상 자료와 비교해, 기준을 넘으면 붉게, 기준 안이면 초록으로 표시됩니다.
어떤 파동이 우세한지에 따라 유형이 갈립니다. 빠른 파동(고베타)이 주로 늘어난 전형적 하이베타 우세형이 가장 흔하고, 반대로 느린 파동(델타)이 주로 늘어난 유형도 있습니다.
치료가 되면 뇌파도 정상화됩니다
정량뇌파의 특히 유용한 점은 한 번 찍고 끝나는 값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치료가 잘 되면 내려가고 재발하면 다시 올라갑니다.
저희 연구진이 PPPD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가 국제 학술지에 게재되었고, 그 결과를 진료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뇌혈류와 함께 보면 원인이 갈립니다
두통의 결을 나눌 때는 정량뇌파(뇌의 과민)와 뇌혈류검사(뇌로 가는 피의 속도)를 함께 봅니다. 같은 두통이라도 조합에 따라 성격이 다릅니다.
이렇게 두 검사를 겹쳐 보면, 증상은 비슷해도 뇌가 과민한 편두통 쪽인지, 혈류 변화가 앞선 경우인지를 나누어 치료 방향을 잡을 수 있습니다.
수치를 읽을 때의 두 가지 개념
절대 강도와 상대 강도
- 절대 강도(absolute power) — 뇌파 자체의 세기입니다. 라디오의 볼륨을 재는 것과 같아, 높으면 그 파동이 강하게 나온다는 뜻입니다.
- 상대 강도(relative power) — 각 주파수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입니다. 한 곡에서 ‘도’ 음이 전체 음표의 30%를 차지하는지를 보는 것과 같습니다.
두 가지는 뇌파를 보는 서로 다른 관점을 줍니다.
나이·성별을 보정하는 Z-점수
뇌파의 세기는 나이와 성별에 따라 다릅니다. 이를 보정하기 위해 Z-점수를 씁니다. Z-점수는 “같은 나이·성별의 평균에서 얼마나 벗어나 있는가”를 나타냅니다. 0이면 평균과 같고, 절댓값이 클수록 평균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는 뜻입니다.
알아 두셔야 할 점
서로 다른 두 사람의 값을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습니다. Z-점수로 보정해도 두피와 두개골의 두께 같은 요인이 세기에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두개골이 두꺼우면 신호가 약하게, 얇으면 강하게 측정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A가 B보다 두 배 붉으니 두 배 심하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같은 분의 치료 전후를 비교할 때는 이런 요인이 자연스럽게 보정되므로, 치료 효과를 따라가는 데는 직접 비교가 가능합니다.
또한 이 검사 하나로 병이 확진되지는 않습니다. 정량뇌파는 증상과 진찰로 세운 판단을 뒷받침하고 경과를 따라가는 자료입니다. 뇌전증(간질) 진단에 쓰는 일반 뇌파 판독과는 목적이 다르며, 발작이 의심되면 그에 맞는 검사를 따로 시행합니다.
어떤 분들께 권해 드리나요
- 편두통·긴장형두통 등 두통이 오래된 경우
- 전정편두통·PPPD처럼 어지럼이 만성으로 이어지는 경우
- 뇌과민증후군이 의심되는 경우
- 이명이 오래되고 잠·불안 문제가 함께 있는 경우
- 검사에서 이상이 없는데 증상이 설명되지 않는 경우
검사와 판독은 원내에서 직접 이루어지며, 결과는 진료에서 뇌지도를 함께 보며 설명해 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