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가 먹먹해지더니 몇 시간을 어지러웠습니다”
중요한 회의 도중 갑자기 한쪽 귀가 먹먹해지면서 ‘웅’ 하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곧이어 심한 어지럼이 찾아와 두 시간 넘게 이어졌습니다.
구역질이 심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는데, 몇 시간 뒤에는 저절로 가라앉았습니다. 그리고 몇 달 뒤 같은 일이 또 반복됩니다.
어지럼에 귀 증상이 함께 온다면 메니에르병을 의심합니다.
속귀에 액체가 차오르는 병입니다
속귀에는 균형을 담당하는 부분과 소리를 담당하는 달팽이관이 하나로 이어져 있고, 같은 액체로 채워져 있습니다.
그래서 이 액체의 압력이 오르면 평형과 청각이 동시에 교란됩니다. 어지럼과 귀 증상이 함께 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전정신경염에서 청력이 유지되는 것과 대비되는 지점입니다.
압력이 올랐다 내렸다 하기 때문에 증상도 발작처럼 왔다가 가라앉기를 반복합니다.
네 가지 증상이 함께 옵니다
메니에르병의 네 가지 증상
- 반복되는 회전성 어지럼 — 수십 분에서 몇 시간 지속됩니다
- 청력 저하 — 주로 낮은 음이 잘 안 들리고, 좋아졌다 나빠졌다 합니다
- 이명 — '웅' 하는 낮은 소리가 납니다
- 귀 먹먹함 — 귀가 꽉 찬 느낌입니다
대개 한쪽 귀에서 시작합니다.
다만 처음부터 네 가지가 모두 나타나지는 않습니다. 어지럼만 먼저 오거나, 귀 증상만 먼저 오는 경우가 있어 한 시점에서는 진단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의심을 두고 시간을 두고 지켜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발작과 발작 사이에는 완전히 정상인 것도 이 병의 특징입니다. 병원에 왔을 때는 멀쩡해서 “이상 없다”는 말을 듣기 쉽습니다.
발작 중에는 눈이 저절로 떨립니다
발작이 한창일 때는 좌우 평형 신호의 균형이 깨져, 눈이 한쪽으로 저절로 밀렸다가 되돌아오는 움직임이 나타납니다. 이것을 자발 안진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발작 중에 진료를 받으실 수 있다면 얻는 정보가 많습니다. 안진의 방향과 세기를 보면 어느 쪽 귀의 문제인지, 그리고 귀가 아닌 뇌의 문제일 가능성이 있는지를 함께 판단할 수 있습니다.
다만 발작 중에는 움직이기조차 어려우신 경우가 대부분이라, 현실적으로는 가라앉은 뒤에 오시게 됩니다. 그래서 기록이 중요합니다.
어지럼 일기가 진단을 앞당깁니다
진단은 어지럼 발작의 지속 시간과 청각 증상의 기록을 근거로 이루어집니다. 국제 학회의 진단 기준도 “얼마나 오래가는 어지럼이 몇 번 있었는지”와 “청각 증상이 함께 있었는지”를 중심으로 짜여 있습니다.
발작이 지나간 뒤에 오시면 진찰만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적습니다. 다음을 적어 오시면 진단이 훨씬 빨라집니다.
- 어지럼이 있었던 날짜와 지속 시간
- 그때 귀가 먹먹했는지, 이명이 있었는지, 잘 안 들렸는지
- 어느 쪽 귀였는지
- 무엇을 하다 시작되었는지
청력 변화는 객관적으로 확인해야 하므로, 필요한 경우 청력검사가 가능한 기관과 연계해 진행합니다.
비슷해 보이는 다른 어지럼
가장 헷갈리는 것이 전정편두통입니다. 둘 다 발작성이고, 전정편두통에서도 귀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 메니에르병 | 전정편두통 | |
|---|---|---|
| 청력 저하 | 항상 동반됩니다 | 있어도 일정하지 않습니다 |
| 이명 | 낮은 음의 특징적인 이명 | 있을 수 있으나 특징적이지 않음 |
| 두통 | 드뭅니다 | 절반 이상에서 동반됩니다 |
| 빛·소리 예민 | 드뭅니다 | 흔합니다 |
| 편두통 병력 | 관계없습니다 | 진단에 필요합니다 |
두 질환이 함께 있는 경우도 있어 감별이 쉽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이럴 때는 어느 쪽 치료에 반응하는지를 보며 판단하기도 합니다.
치료 — 발작 횟수를 줄이는 것이 목표입니다
발작이 왔을 때 빨리 가라앉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치료의 중심은 발작 자체를 줄이는 것입니다.
생활 관리 — 기본이자 가장 어려운 부분
- 짠 음식을 줄입니다 — 나트륨을 줄이면 속귀의 액체가 덜 늘어납니다
- 카페인과 술을 줄입니다 — 속귀의 체액 변동을 키웁니다
- 수면과 스트레스를 관리합니다 — 과로한 시기에 발작이 몰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염식은 실제로 가장 지키기 어려운 항목입니다. 완벽하게 하려다 며칠 만에 포기하기보다, 국물을 남기거나 가공식품을 줄이는 정도의 지킬 수 있는 목표부터 잡는 편이 결국 오래갑니다.
약물 — 예방과 급성기를 나눠서 씁니다
평소에는 속귀의 액체가 과도하게 늘지 않도록 돕는 약과 속귀의 혈류를 개선하는 약을 씁니다. 부작용이 적은 쪽을 먼저 선택해 유지합니다.
발작이 왔을 때는 어지럼과 구토를 가라앉히는 약을 짧게만 씁니다. 이 약들은 오래 쓰면 오히려 회복을 방해할 수 있습니다.
약으로 발작이 잘 조절되지 않을 때 시술이나 수술을 고려하지만, 실제로 여기까지 가는 경우는 드뭅니다.
경과 — 오래 지켜보는 병입니다
발작이 몰려서 오는 시기가 있다가, 수년간 조용한 시기가 이어지기도 합니다. 좋아졌다고 생각했다가 다시 시작되는 경험을 하시는 분이 많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어지럼 발작은 줄어드는 경향이 있습니다. 다만 청력은 회복되지 않고 남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어지럼이 심하지 않더라도 청력 변화를 함께 지켜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오래 지나면 반대쪽 귀에도 증상이 생기는 경우가 있어, 한쪽만 관리하고 끝내지 않습니다.
이런 증상이 함께라면 바로 진료를 받으세요
귀가 아니라 뇌의 문제일 수 있는 신호입니다
- 사물이 둘로 겹쳐 보입니다
- 발음이 어눌해지거나 삼키기 힘듭니다
- 한쪽 얼굴이나 팔다리에 힘이 빠집니다
- 어지럼에 비해 지나치게 못 걷습니다
- 갑자기 한쪽 귀가 거의 들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기억해 주셨으면 하는 것
메니에르병은 한 번의 진료로 확진되기 어려운 병입니다. 발작 때는 병원에 오기 힘들고, 올 수 있을 때는 이미 증상이 가라앉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기록이 검사만큼 중요합니다. 어지러웠던 날짜와 그때 귀가 어땠는지를 적어 두시면, 그 기록이 진단의 근거가 됩니다.
진료에서는 발작의 양상과 청각 증상을 확인해 다른 어지럼과 감별하고, 발작 빈도를 줄이는 생활 관리와 약물 계획을 함께 세우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