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째 눈 밑이 파르르 떨립니다”
일을 하다 보면 아래 눈꺼풀이 저절로 파르르 떨립니다. 거울을 보면 정작 티는 잘 안 나는데, 본인은 계속 느껴집니다.
찾아보니 마그네슘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도 있고, 큰 병의 신호라는 이야기도 있어 걱정이 됩니다.
대부분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는 증상입니다. 다만 어디까지 떨리는지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왜 떨리나요 — 신경과 근육의 접합부가 불안정해서
신경이 근육에 신호를 전달하는 지점을 신경-근육 접합부라고 합니다. 눈밑떨림은 이 접합부가 불안정해져 생깁니다. 근육 자체의 병도, 뇌의 병도 아닙니다.
접합부가 불안정하면 신호를 전달하는 물질(신경전달물질)이 저절로 조금씩 새어 나옵니다. 새어 나온 신호가 근육을 잘게 씰룩이게 하고, 이 씰룩임이 접합부를 다시 더 불안정하게 만듭니다. 며칠 무리한 뒤 시작된 잔떨림이 한동안 이어지는 것이 이 때문입니다.
접합부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흔한 조건
- 수면 부족 — 가장 흔합니다
- 피로와 스트레스
- 카페인 — 커피·에너지음료
- 눈의 과사용 — 화면을 오래 보는 것
- 안구건조
며칠 무리한 뒤에 시작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원인이 정리되면 며칠에서 몇 주 안에 저절로 사라집니다.
“마그네슘 부족이라던데요”
흔한 오해라 짚어 두겠습니다. 떨림이 마그네슘이 부족해서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마그네슘에는 접합부를 안정시키는 작용이 있습니다. 문제는 그 효과를 보려면 정맥으로 충분한 양을 넣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약국에서 파는 먹는 마그네슘 정도로는 실제적인 안정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보충제를 드시고 좋아졌다면 그 사이 잠과 피로가 함께 정리된 영향일 가능성이 큽니다.
증상이 오래가고 불편하다면, 진료에서는 신경-근육 접합부를 안정시키는 약을 처방해 조절합니다. 우선은 잠과 카페인부터 살피시는 편이 확실합니다.
어디까지 떨리는지가 중요합니다
같은 ’눈 떨림’이라도 범위에 따라 전혀 다른 병일 수 있습니다. 이 구분이 이 글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① 눈밑떨림 — 아래 눈꺼풀 일부만 파르르 떨립니다. 눈이 감기지는 않습니다. 대부분 여기에 해당하고, 저절로 좋아집니다.
② 안검경련 — 눈꺼풀이 꽉 감깁니다. 대개 양쪽에 오고, 심해지면 눈을 뜨기 어려워 운전이나 독서가 힘들어집니다. 저절로 좋아지지 않고 점차 진행합니다.
③ 반측안면경련 — 떨림이 한쪽 얼굴 전체로 번집니다. 눈에서 시작해 뺨과 입꼬리까지 함께 씰룩거립니다. 이것은 접합부 문제가 아니라 얼굴 신경 자체가 눌려서 생깁니다.
②와 ③은 눈밑떨림과 원인도 치료도 다릅니다. “눈 떨림”으로만 검색하다 오래 지나서 오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얼굴이 함께 떨리는지가 갈림길입니다
감별의 핵심은 한쪽 얼굴이 함께 떨리는가입니다. 그 이유는 안면신경의 구조에 있습니다.
안면신경은 얼굴로 나오면서 세 갈래로 갈라집니다. 그래서 떨리는 범위로 원인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 한 갈래만 떨리면 — 그 갈래가 지배하는 근육만 잘게 떨리는 것(근파동)으로, 대개 접합부가 불안정한 양성 떨림입니다.
- 세 갈래가 함께 떨리면 — 갈라지기 전, 즉 신경이 뇌에서 막 나온 지점에서 혈관에 눌리는 것입니다. 그 자리에서 눌리면 세 갈래 전체가 함께 떨립니다. 드물게는 종양이 누르기도 합니다.
세 갈래가 함께 떨리는 반측안면경련은 접합부를 안정시키는 약으로는 잘 잡히지 않습니다. 눌린 혈관을 신경에서 떼어 주는 미세혈관 감압술(MVD), 또는 보툴리눔 톡신 주사(효과는 약 3개월 지속)로 조절합니다.
이런 경우에는 확인이 필요합니다
단순 눈밑떨림이 아닐 수 있는 신호
- 몇 주가 지나도 계속되거나 심해집니다
- 떨릴 때 눈이 꽉 감깁니다
- 떨림이 뺨이나 입꼬리까지 번집니다
- 눈꺼풀이 처지거나 사물이 겹쳐 보입니다
- 얼굴 한쪽에 힘이 빠지거나 감각이 둔합니다
특히 눈꺼풀 처짐이나 복시가 함께 있다면 눈 떨림과는 다른 신경 문제를 확인해야 합니다.
어떻게 하면 되나요
대부분은 원인을 줄이는 것만으로 정리됩니다.
- 잠을 충분히 잡니다 — 가장 효과가 확실합니다
- 카페인을 줄입니다 — 며칠만 줄여도 차이를 느끼는 분이 많습니다
- 화면 보는 시간 사이에 눈을 쉬게 합니다
- 눈이 건조하면 인공눈물을 씁니다
- 따뜻한 수건으로 눈 주위를 데워 주면 편해집니다
떨림에 집중할수록 더 신경 쓰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대부분 지나가는 증상이라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됩니다.
안검경련이나 반측안면경련으로 확인되면 보툴리눔 톡신 주사로 조절하고, 반측안면경련에서 혈관이 신경을 누르는 것이 확인되면 미세혈관 감압술을 고려하기도 합니다.
진료에서는 이렇게 봅니다
떨리는 범위와 양상을 직접 확인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필요한 경우 다음을 시행합니다.
- 신경전도/근전도검사 — 신경과 근육의 전기 활동을 확인해 근파동인지 감별합니다
- 뇌 영상검사 — 반측안면경련이 의심되면 혈관이 신경을 누르는지 확인합니다
기억해 주셨으면 하는 것
눈밑떨림은 흔하고 대개 저절로 좋아지는 증상입니다. 큰 병의 신호인 경우는 드뭅니다.
다만 떨림이 눈꺼풀을 넘어 번지거나, 눈이 꽉 감기거나, 몇 주가 지나도 그대로라면 다른 병일 수 있습니다. 그때는 확인을 받으시는 편이 좋습니다.
진료에서는 떨리는 범위를 확인해 단순 눈밑떨림인지 다른 경련인지 감별하고, 그에 맞는 방향을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