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삼성스마트신경과

HEADACHE CLINIC

군발두통

군발두통

“새벽에 같은 시각, 눈알을 파내는 것 같습니다”

잠든 지 한두 시간 만에 한쪽 눈 뒤가 도려내는 듯 아파 깨어납니다. 그쪽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코가 막히며, 누워 있을 수가 없어 방 안을 서성입니다. 한 시간쯤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가라앉고, 다음 날 비슷한 시각에 똑같이 반복됩니다.

이것이 군발두통의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통증 강도가 10점 만점에 9~10점으로 평가될 만큼 극심해 ’자살두통’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병은 진단까지 평균 5~7년이 걸립니다. 두통 자체가 워낙 드물고(인구의 약 0.1%), 코막힘과 눈물 때문에 부비동염이나 알레르기로 오해받는 일이 잦기 때문입니다.

진단만 정확히 되면 치료할 수 있는 두통입니다. 문제는 이름을 찾기까지 너무 오래 걸린다는 점입니다.

군발(群發) — 떼를 지어 발생한다는 뜻

군발두통은 발작이 몰려 있는 시기전혀 없는 시기가 뚜렷하게 나뉩니다. 이 주기성이 다른 두통과 구별되는 가장 큰 특징입니다.

군발기와 관해기가 번갈아 나타나는 주기, 그리고 군발기 동안 매일 비슷한 시각에 반복되는 발작
군발기에는 하루 1~8회까지 발작이 반복되다가, 관해기에 접어들면 몇 달에서 몇 년간 전혀 나타나지 않습니다. 군발기는 봄·가을 환절기에 시작되는 경우가 흔합니다.

발작 하나하나는 15분에서 3시간, 대개 1~2시간 정도 이어집니다. 시작과 끝이 갑작스러워서, 몇 분 만에 정점에 이르렀다가 역시 갑자기 사라집니다. 편두통처럼 하루 종일 은근하게 끌지 않습니다.

아픈 쪽에만 나타나는 신호들

군발두통은 통증만 오는 것이 아니라 아픈 쪽 얼굴에 자율신경 증상이 함께 나타납니다. 이 조합이 진단의 결정적 단서입니다.

발작 중, 아픈 쪽에서만 나타나는 증상

  1. 눈이 빨갛게 충혈되고 눈물이 납니다
  2. 코가 막히거나 콧물이 흐릅니다
  3. 눈꺼풀이 처지고 동공이 작아집니다
  4. 이마나 얼굴에 땀이 납니다
  5. 가만히 있지 못하고 서성이게 됩니다

핵심은 이 증상들이 모두 통증과 같은 쪽에서만 나타난다는 점입니다. 양쪽 코가 막히고 양쪽 눈이 시린 것은 감기나 비염이지 군발두통이 아닙니다.

마지막 항목인 ’안절부절’은 특히 중요합니다. 편두통 환자분은 불을 끄고 조용히 누워 있으려 하지만, 군발두통은 통증이 너무 심해 누워 있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 서성이거나 머리를 벽에 대고 누르게 됩니다. 진료실에서 이 한 가지 질문으로 두 두통이 갈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편두통과 무엇이 다른가

군발두통 편두통
성별 남성이 3~6배 많음 여성이 약 3배 많음
통증 강도 극심 (9~10점) 중등도~중증 (7~9점)
통증 양상 찌르는, 도려내는 듯 욱신거리는, 박동성
한 번의 지속 시간 15분 ~ 3시간 4 ~ 72시간
빈도 군발기에 하루 1~8회 한 달에 몇 회
발작 중 행동 안절부절, 서성거림 조용히 누워 있음
자율신경 증상 거의 항상 동반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시간 패턴 매일 비슷한 시각 불규칙

왜 시계처럼 정확할까 — 시상하부

편두통이 ’예민해진 대뇌 피질’에서 시작된다면, 군발두통의 출발점은 시상하부로 봅니다. 시상하부는 뇌 깊숙한 가운데에 있는 작은 부위로, 수면과 각성, 호르몬 분비의 하루 리듬을 관장하는 생체시계에 해당합니다.

뇌 가운데 깊은 곳의 시상하부에서 시작된 신호가 삼차신경과 자율신경을 함께 활성화시키는 과정
시상하부에서 시작된 이상 신호가 삼차신경계와 자율신경계를 동시에 활성화시킵니다. 그래서 통증과 눈물·코막힘이 순서를 두고 오는 것이 아니라 한 세트로 함께 나타납니다. 군발두통이 '삼차자율신경두통'으로 분류되는 이유입니다.

발작 중에 후방 시상하부가 활성화된다는 것이 뇌영상 연구에서 확인되었고, 다른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에서 이 부위를 자극하는 치료가 효과를 보였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발작이 매일 같은 시각에, 계절을 타며 찾아오는 이유를 여기서 찾습니다.

다만 왜 특정 시기에 시상하부가 켜지고, 왜 몇 달 뒤 다시 꺼지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군발기의 시작 자체를 막는 치료는 아직 없고, 치료의 목표는 군발기를 최대한 짧고 가볍게 지나가는 데 맞춰집니다.

편두통 약이 잘 듣지 않는 이유

두 두통 모두 삼차신경이 활성화되고 CGRP 같은 물질이 분비되는 경로를 공유합니다. 하지만 그 경로를 주도하는 단계가 다릅니다.

편두통은 염증이 생기기 ‘앞’ 단계인 뇌의 과민성이 주도하므로, 수면·카페인 등 생활습관 교정과 뇌의 과민도를 낮추는 예방약이 효과를 냅니다. 반면 군발두통은 신경인성 염증 자체가 주도하기 때문에 스테로이드가 매우 잘 듣는 대신, 생활습관 교정이나 편두통 예방약의 효과는 크지 않습니다.

같은 두통이라고 같은 약을 쓰면 안 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두통의 이름을 정확히 가리는 일이 치료의 절반입니다.

치료는 세 갈래로 갑니다

군발두통 치료 — 급성기의 고농도 산소와 트립탄, 이행 치료의 스테로이드와 후두신경 차단, 발작 억제의 CGRP 표적 항체와 고전적 약물

먼저 알아두실 것이 하나 있습니다. 일반 진통제는 군발두통에 거의 듣지 않습니다. 약이 흡수되기도 전에 발작이 지나가 버리기 때문입니다. 진통제를 아무리 늘려도 소용이 없었다면, 약이 부족했던 것이 아니라 두통의 종류가 달랐던 것입니다.

① 고농도 산소 — 발작을 끊는 가장 안전한 방법

비재호흡 마스크를 연결한 의료용 산소통으로 100% 산소를 분당 12리터 이상, 15분간 흡입하는 방법

발작이 시작되면 마스크로 고농도 산소를 흡입합니다. 부작용이 거의 없어 임신 중이거나 심혈관 질환이 있는 분에게도 고려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입니다. 발작 초기에 시작할수록 효과가 좋습니다.

다만 국내에서는 군발두통이 산소 처방 대상 질환에 포함되어 있지 않아 보험 적용을 받기 어렵고, 의료용 가스 업체를 통해 개별적으로 준비해야 하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습니다. 실제 준비 방법은 진료에서 안내해 드립니다.

② 트립탄 계열 — 빠르게 발작을 끊는 약

혈관 수축과 삼차신경 억제로 작용해 발작을 끊습니다. 해외에서는 피하주사와 비강 분무 제형이 1차 치료로 쓰이며 10~15분 안에 효과가 나타나지만, 국내에는 이 두 제형이 나와 있지 않아 먹는 약을 쓰게 됩니다. 먹는 약은 효과가 나기까지 30분 정도 걸려 상대적으로 불리합니다. 그래서 발작이 시작되는 즉시, 가능하면 조짐이 느껴질 때 바로 복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③ 스테로이드 — 며칠 만에 발작을 잠재우는 다리

군발두통에서 스테로이드는 매우 잘 듣습니다. 짧게 쓰면 며칠 안에 발작 빈도가 크게 줄어듭니다. 다만 오래 쓸 수 없는 약이라, 뒤에 나오는 발작 억제 약이 효과를 낼 때까지 다리를 놓는 역할로 사용합니다. 일정 기간 쓴 뒤 서서히 줄여 나갑니다.

같은 목적으로 뒤통수를 지나는 신경 주위에 주사하는 후두신경 차단도 외래에서 시행할 수 있습니다.

④ CGRP 차단 치료 — 발작 횟수를 줄이는 주사

CGRP는 삼차신경이 활성화될 때 분비되어 통증을 일으키는 물질입니다. 이 CGRP를 표적으로 하는 항체를 월 1회 주사하면 군발기 동안의 발작 횟수가 줄었다는 임상 연구가 보고되어 있습니다.

다만 국내에서는 이 주사가 편두통에 대해 허가되어 있어, 군발두통에서의 적용 가능 여부와 방법은 진료에서 상의해 결정합니다.

⑤ 베라파밀·리튬 — 오래 써 온 고전적 치료

베라파밀은 원래 심장약(칼슘통로 차단제)이지만 오랫동안 군발두통의 표준 예방 약물로 쓰여 왔습니다. 낮은 용량에서 시작해 반응을 보며 올리는데, 용량이 올라가면 심전도 확인이 필요하고 변비나 부종 같은 부작용으로 중단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리튬은 베라파밀로 충분하지 않을 때 다음으로 고려하며, 특히 만성 경과를 보이는 경우에 쓰입니다. 혈중 농도와 함께 간·신장·갑상선 기능을 주기적으로 확인하면서 사용합니다. 이 외에 토피라메이트나 멜라토닌을 보조적으로 함께 쓰기도 합니다.

이 약들은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1~2주가 걸립니다. 그래서 그동안 ③의 스테로이드로 버티는 방식이 표준입니다.

어떤 조합을 어떤 순서로 쓸지는 발작 빈도와 동반 질환, 지금까지의 치료 반응에 따라 달라지므로 진료에서 함께 정합니다.

군발기에는 반드시 술을 끊으셔야 합니다

군발기 중에는 소량의 술도 30분에서 1시간 안에 발작을 일으킵니다. 이미 예민해진 시상하부의 발작 역치를 알코올이 더 낮추기 때문입니다.

흥미롭게도 관해기에는 같은 양을 마셔도 발작이 오지 않습니다. 이 차이 자체가 군발두통을 시사하는 단서가 되기도 합니다. “요즘은 한 잔만 마셔도 그 두통이 온다”는 말씀은 진료에서 중요하게 듣는 정보입니다.

이런 두통이라면 신경과에서 확인해 보세요

다음에 해당한다면 군발두통일 가능성을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1. 한쪽 눈이나 관자놀이 주위가 극심하게 아픕니다
  2. 아픈 쪽에 눈물·코막힘·충혈이 함께 나타납니다
  3. 매일 비슷한 시각에, 특히 새벽에 반복됩니다
  4. 아픈 동안 가만히 누워 있지 못합니다
  5. 일반 진통제가 전혀 듣지 않습니다

특히 부비동염이나 치통, 안과 질환으로 진단받고 치료했는데 나아지지 않았다면 한 번쯤 두통 자체를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군발두통은 이 질환들로 오인되는 경우가 가장 흔합니다.

기억해 주셨으면 하는 것

군발두통은 드물지만, 진단이 늦어지는 동안 환자분이 겪는 고통이 매우 큰 두통입니다. 반대로 말하면 이름만 정확히 붙으면 치료 방향이 분명해지는 두통이기도 합니다.

진료에서는 발작의 시간 패턴과 지속 시간, 동반되는 자율신경 증상, 발작 중의 행동을 자세히 확인해 다른 두통과 감별하고, 필요한 경우 이차적 원인을 배제하기 위한 검사를 함께 진행합니다. 그 위에서 급성기와 이행, 발작 억제 치료를 단계적으로 계획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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